전문가 "北, 제품개발 경쟁 치열…신기술 시장에서 거래"

(서울=연합뉴스) 지성림 기자 = 북한이 개별 기업들에 대해 연구·개발(R&D)에 대한 자금 투자를 늘리고, 대학과 연구기관도 과학연구 결과를 화폐 수입으로 전환하라고 독려하는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김일성종합대학 학보 2017년 2호(6월 10일 발행)에 실린 '과학기술 강국 건설에서 자금 투자'라는 제목의 논문에는 이 같은 북한 당국의 과학기술정책이 자세히 소개됐다.

논문은 "과학기술 부문에 대한 자금 투자를 늘리는 데서 중요한 것은 공장, 기업소들이 자체 자금을 과학기술 발전에 최대한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개별 기업들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논문은 "기업소들은 생산의 현대화, 정보화를 실현하고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자체 과학기술 발전 계획을 세우고 이에 필요한 자금을 자체 권한에 따라 합리적으로 분배·이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체제 들어 도입된 '독자경영체제'에 따라 각 생산현장에서 자체 계획에 의해 상품을 생산·판매하고 그 수익금으로 근로자에 대한 임금 지급과 복지 문제 등을 해결하는 상황에서 연구개발비도 자체로 조달하라는 얘기로 풀이된다.

특히 논문은 "기업소들은 기업소 소득의 많은 부분을 자체과학기술발전자금과 기업소기금으로 옳게 분배하여 기업소의 생산과 관련한 과학기술적 문제를 자금적으로 원만히 담보하도록 해야 한다"며 R&D 투자를 늘릴 것을 독려했다.

'자체과학기술발전자금'은 개별 기업들이 수익 등 자체로 충당한 자금에서 일정 부분 떼어내 연구개발비로 사용하기 위해 적립한 자금으로, '기업소기금'은 기업이 자체 실정에 맞게 생산과 소비에 능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적립한 자금(일종의 예비비)으로 논문은 설명했다.

해당 논문은 과학연구기관과 대학에도 자금 조성 기회가 많다며 북한판 산학협력 강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논문은 "과학연구기관과 대학들은 과학연구의 진행 결과에 이뤄진 생산물이나 지적 제품을 화폐 수입으로 전환할 수 있으며 그 분배에서 일정한 몫을 자체로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학연구기관과 대학들에서는 첨단기술 제품 생산기지를 꾸리고 잘 운영하여 새로운 지적 제품을 더 많이 개발할 뿐 아니라 과학기술 성과 도입이나 과학기술 정보 봉사에 의한 수입을 체계적으로 늘려 과학연구 사업과 기술 개발에 필요한 자금 문제를 자체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독립채산제 기업의 자율성과 그에 따른 재정적 자립을 요구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이번처럼 대학과 연구기관에도 지적재산의 상품화 등을 통해 재정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라고 당부한 것은 주목된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내부에서 상품의 질을 높이고 디자인을 개선하는 등 신제품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며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요즘은 대학과 연구기관의 연구결과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 기업들도 새로운 기술을 돈을 주고 사는데 적극적"이라며 "현재 북한의 경제상황은 우리나라의 경제개발 초기 단계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yoon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