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씨, 저서 '민주주의는…' 통해 쟁점 부각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상명하복(上命下服)의 수직적 군대 문화가 수십 년 동안 한국사회를 지배해왔다. 겸손과 배려의 수평적 선비 문화는 한동안 자취를 감춰야 했다. 상명하복은 속된 표현으로 '까라면 까!'다. 이런 강압적 분위기는 국가, 사회는 물론 가정까지 깊숙이 침투했다.

이렇듯 일제 식민시대와 군사 독재시대를 거치며 우리 사회는 병영문화를 깊숙이 내면화했다. 겉으로는 '한국식 민주주의'를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힘과 서열이 중시되는 병영사회였다. 회사 역시 군대식으로 운영됐다. 그 상하 관계를 과도하게 강화시켜온 게 강고한 선후배 문화, 왕따 문화다. 최근에 뉴스 초점이 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엽기적 직장 내 '갑질'은 그 극단적 사례 중 하나다.

'88만원 세대', ' 국가의 사기' 등의 저서로 한국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촌철살인으로 비판해온 경제학자 우석훈 씨가 이번에는 직장 민주주의의 필요성을 역설한 책을 내놨다.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가 그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다고 할 만큼 특이한 대한민국식 '직장 갑질' 현상을 사회과학의 언어와 경제의 논리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 저서다.

우씨는 한국의 직장 분위기를 좌지우지해온 기수 중심의 선후배 문화야말로 일본이 식민통치하면서 남긴 상처라고 말한다. 19세기 제국주의 시대, 일본에서는 군인들이 권력을 틀어쥔 채 국가를 통치했다. 배를 만드는 회사나 큰 기계를 만드는 회사들이 병참을 맡았는데, 그 회사들은 철저히 군대식으로 운영됐다. 여기에 공채제도와 연결된 선후배 문화를 접목시키고, 그 수직적 조직 모델에 수직적 관계 모델까지 첨가해 경직성을 더했다는 것이다.

일제시대 때 배운 한국의 조직문화가 일본보다 더 심해진 데는 박정희 정권이 있었다고 우씨는 주장한다. 병영사회이자 동원경제였던 그 시기에 기업들도 군대식으로 운용됐을 뿐 아니라 국영기업에는 아예 이들 군인이 뛰어들어 일본식 선후배 문화를 강화했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우씨는 "선후배 문화가 우리 고유의 문화라는 것은 그냥 착각"이라고 경계한다. 지금의 한국 기업이 때로는 군대 같고, 때로는 조폭 같고, 어떨 때는 군대와 조폭을 섞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자본주의와도 상관없고 정상적인 현대 기업의 조직론과도 무관하며 그저 전근대적인 것이라고 환기시킨다.

군대식 모델의 상명하복을 극복하는 게 바로 우씨가 내세우고 있는 직장 민주주의다. 이제 기업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얘기할 때가 됐다는 그는 "넓은 의미의 직장 민주주의는 직장 내 위계에 의한 갈등을 줄이고 지금보다 더 수평적인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 구체적 방법으로 팀장 민주주의, 젠더 민주주의, 오너 민주주의 등 3가지 틀을 내놓는다.

우씨는 "지금 한국경제가 헤매는 것은 직장 민주주의가 필요한 시기에 적절히 변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우리가 고수해온 지독할 정도의 획일성과 동일성을 해체시키지 않으면 우리 경제에 다음 길은 열리지 않는다"고 예견한다. 그 길을 열어줄 유일한 희망이 바로 '직장 민주주의'라는 얘기다.

한겨레출판 펴냄. 280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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