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업계 "추이 지켜보자" …시진핑 방한시 한한령 해제 기대감도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새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중국 정부의 보따리상 규제에 따른 국내 면세점 업계의 타격이 서서히 가시권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월이 면세점 업계의 전통적인 비수기임을 고려하더라도 매출 신장률이 예년만 못한 데다, 현장에서도 "중국 보따리상 수가 줄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의 시행 초반에 보따리상의 움직임이 다소 움츠러들 수는 있지만, 이들이 사실상 이미 기업화된 만큼 대리구매를 쉽사리 그만두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많다.

그래서 아직은 규제강화의 여파를 속단하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신중한 분위기가 강하다.

13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새해 들어 지난 10일까지 롯데면세점의 매출 신장률은 1% 미만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1월 1일∼10일까지 매출 신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0%를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두드러진 감소다.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본점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곳은 2018년 1월 10일까지 매출 신장률은 9%였지만 올해는 절반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면세점이 1980년 개점 후 2003년 사스(SARS·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유행 사태 때를 제외하고는 매출이 이처럼 역신장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의 신장률 감소는 이례적이다.

롯데면세점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이 예상됐던 2017년 1월에도 판촉 활동의 강화로 1∼10일 매출 신장률이 전점 기준 22%, 소공동 본점 기준 40%를 기록할 정도로 상황을 '선방'했다.

2016년 5월 개점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의 경우, 새해 들어 10일까지 매출이 지난해와 동일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명동점의 2018년 1월 10일까지 매출 신장률은 73%였지만 올해는 0%였다.

신세계가 3년이 안 된 신생 면세점으로 2017년에 루이뷔통과 카르티에, 크리스챤 디올 등 명품 브랜드들이 대거 입점했고 그때마다 매출이 큰 폭으로 뛰었다는 점을 고려해도 예년만은 못한 셈이다.

면세점 업계는 1일부터 시행된 중국 전자상거래법에 따른 보따리상들의 움직임을 눈여겨보고 있다.

중국 보따리상들은 올해부터 법에 따라 영업허가를 받고 세금도 부담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최고 200만 위안(약 3억2천4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대리구매로 이들이 얻는 이윤이 줄어든다면 소규모 보따리상이 폐업하거나 신규보따리상의 시장 진입이 위축될 것이고, 그러면 우리나라 면세점들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돼왔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외국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수준으로 지나치게 높고 외국인 고객의 대부분이 중국 보따리상인 만큼 이들의 활동 위축이 매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다만 보따리상 규제에 따른 변화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오히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완전히 걷히고, 발길이 끊긴 유커(遊客)가 돌아온다면 상황이 반전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오는 5월 정도로 예상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해제의 '터닝포인트'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아직 규제 초기인 만큼 한두 달 정도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보따리상들은 면세점으로부터 수수료 명목으로 구매금액의 평균 20% 안팎을 되돌려받고 있어 면세점으로서는 실제 수익성이 크지 않았지만 유커가 돌아온다면 보따리상 규제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대폭 개선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shi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