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감독 영입한 태국, 아시아선수권서 사상 첫 금

40년 지도자 생활로 조호성 등 키운 사이클 대부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베트남에 박항서? 태국엔 정태윤이 있다!"

한국의 사이클 거목이 태국에 사이클 희망을 뿌렸다.

지난 1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2019 트랙사이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15㎞ 스크래치 금메달을 딴 포나르즈탄 빠톰뽑(22)은 우승을 확정하고 정태윤(66) 감독에게 달려갔다.

정 감독은 지난해 10월부터 태국 사이클 국가대표팀 트랙 중장거리 지휘봉을 잡았다.

정 감독의 지도를 받은 빠톰뽑은 이 우승으로 태국 사이클 역대 첫 아시아선수권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태국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경륜 금메달을 획득하기는 했지만, 이때 메달을 딴 앙수타사윗 자이는 호주 혼혈 선수로 이전까지 호주 국적을 갖고 있었다.

정 감독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빠톰뽑을 '앞으로 크게 될 선수'라고 소개하며 큰 기대를 걸었고, 끝내 아시아 정상급 기량을 갖춘 선수로 키워냈다.

정 감독은 한국 사이클 지도자의 거목이다. 대구 능인고에서 5관왕을 차지하며 사이클 선수로 주목받은 그는 군대와 실업팀을 거쳐 1978년 경남 마산에서 중고교 사이클 선수들을 가르치며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이후 1980년대 경남대 사이클팀의 전성기를 이루고, 국군체육부대, 기아자동차 사이클팀 감독을 거쳐 2001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시청 사이클팀을 지도했다.

정 감독은 1992년 바르셀로나,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사이클 국가대표팀을 이끌기도 했다.

현 국가대표팀의 엄인영 감독과 장선재(한국국토정보공사) 지도자, 사이클 전설로 통하는 조호성 현 서울시청 감독과 현 국가대표에서 활약하는 박상훈(한국국토정보공사), 민경호(서울시청), 김옥철(서울시청)도 정 감독의 지도를 거쳤다.

정년 퇴임을 맞아 지휘봉을 내려놓기는 했지만, 정 감독의 지도 열정은 여전히 뜨거웠다.

그래서 꾸준히 자신에게 러브콜을 보내던 태국 대표팀을 맡기로 결심하고 홀로 태국으로 건너갔다. 태국 사이클 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정 감독의 아들인 정정석(38) 대구시청 사이클팀 코치는 11일 연합뉴스에 "한국인 동료 지도자나 가족도 없이 홀로 태국에 가셨다. 외로워도 하시지만 여전히 열정적이시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사이클 가족도 이뤘다.

작년까지 사이클 국가대표팀 남자도로 부문을 지도했던 정정석 코치는 정 감독의 차남이고, 장남 정현석(41)씨는 작년까지 서울체고에서 사이클을 가르쳤다. 정현석 씨의 아들 정민교(17·강원체고)는 사이클 국가대표 후보로 활동하고 있다.

정 코치는 아버지에 대해 "나이가 드셨는데도 여전히 태국 선수들을 훈련시키며 오토바이로 운동장 200바퀴 이상을 도신다. 젊은 지도자도 힘들어서 못 하는 일을 혼자 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께서는 태국에서 훈련을 마치면 항상 코치진과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신다. 하루라도 자전거를 안 타면 큰일 나시는 분"이라며 식지 않은 열정을 전했다.

태국 첫 아시아선수권 금메달이 탄생하자 현장에 있던 한국 대표팀도 함께 기뻐했다.

정 코치는 "빠톰뽑은 아버지께서 가장 믿고 혼신을 다해 가르친 선수다.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한 한국 지도자와 선수들이 많은 축하를 해주셔서 아버지도 엄청나게 감격스러워 하셨다"고 전했다.

정 코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베트남에 박항서? 태국엔 정태윤이 있다!'는 글과 함께 아버지의 쾌거 소식을 전했다.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아 '동남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스즈키컵 우승을 이끈 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처럼 정 감독도 '지도자 한류' 열풍을 사이클 종목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abb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