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탄생 250주년 앞두고 경기필·부흐빈더·최희연 등 베토벤 프로그램 공연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청력 상실이라는 음악가로서 치명적인 한계에 맞서 고통을 예술과 인간애로 승화시킨 베토벤(1770~1827)의 음악은 전 세계 연주회장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단골 레퍼토리다.

그의 작품은 역경을 승리로 바꾼 불굴의 의지, 시대를 초월한 혁신성, 거대한 건축물과 같은 치밀한 구조적 짜임새로 후대에도 널리 사랑받고 있다.

연주자들의 베토벤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지휘자 정명훈은 그를 "일평생 자유를 위해 싸운 음악가"라고 말하고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아무리 거듭해도 늘 새로운, 끝없는 여정과 같다"고 고백한다.

올해도 굵직한 베토벤 연주회가 쏟아져 관심을 끈다. 내년 베토벤 탄생 250년을 앞두고 국내 음악계도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우선 경기필하모닉은 올해부터 내년까지 '베토벤 전곡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달 열린 신년음악회에서 베토벤 교향곡 5번과 6번을 연주한 것을 시작으로 베토벤이 남긴 교향곡 9곡을 전부 연주할 계획이다.

경기필하모닉의 상임 지휘자 마시모 자네티는 최근 인터뷰에서 "베토벤 이전에도 많은 작곡가가 존재했지만, 베토벤이야말로 인간의 모든 문제와 다양한 감정의 폭을 음악으로 표현한 인물"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루돌프 부흐빈더가 오는 5월 12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는 피아노 리사이틀도 비상한 관심을 끈다. '비창', '열정' 소나타 등 부흐빈더가 직접 엄선한 베토벤 프로그램을 감상할 수 있다.

최근 연합뉴스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올해 기대되는 공연' 설문에서도 실내악·리사이틀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최은규 평론가가 "마치 베토벤이 환생한 듯하다"고 극찬하고, 황장원 평론가는 "이 시대 최고의 베토벤 전문가"고 평할 정도로 클래식 애호가들이 특히 사랑하는 연주자다.

6월 24일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세계적인 지휘자 이반 피셔가 이끄는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베토벤으로만 구성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으로 시작하는 이번 연주회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거쳐 베토벤 교향곡 7번으로 마무리된다. 협연자로 스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나서 더 시선을 끈다.

국내 연주자 중에는 베토벤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이어온 피아니스트 최희연이 오는 3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베토벤 소나타 음반 발매 기념 리사이틀을 연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6번 '고별'을 비롯해 27번, 30번을 들려준다. 앨범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대중에 잘 알려진 8번 '비창'도 프로그램에 포함됐다.

그는 2002년부터 4년에 걸쳐 첫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를 선보인 이후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 피아노 트리오 전곡 연주, 첼로를 위한 소나타와 변주곡 전곡 연주 등을 이어온 학구파다.

최희연은 "베토벤은 숭고의 의미를 끝까지 붙들었던 사람"이라며 "숭고의 아름다움, 숭고의 정신을 관객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베토벤 서거 190주년을 맞았던 지난 2017년부터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 되는 2020년까지 4년에 걸쳐 선보이는 금호아트홀의 시리즈 공연도 계속된다.

피아니스트 프랑수아 프레데리크 기와 김다솔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를 이어가며 바이올리니스트 스와나이 아키코는 3년에 걸친 바이올린 소나타 10곡 전곡의 마지막 무대에 오른다. 트리오 제이드 역시 베토벤 피아노 삼중주 전곡 대장정의 마지막 연주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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