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한 대표 영장 기각에도 수사 차질 없을 듯…삼성전자 부사장 2명은 구속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증거인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에도 '윗선'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김 대표와 함께 구속 기로에 섰던 김모(54)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 박모(54) 삼성전자 인사팀 부사장의 구속영장은 발부가 된 만큼 증거인멸의 '몸통'이 삼성전자 사업지원TF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가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의 후신으로 알려진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그룹 차원에서 관여한 게 아니냐는 검찰의 의심과 맥이 닿는다.

26일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김 대표의 영장 기각 사유는 "작년 5월 5일 회의의 소집 및 참석 경위, 회의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보면 증거인멸교사의 공동정범 성립 여부에 관해 다툴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 대표와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임원 등 삼성 수뇌부가 어린이날인 작년 5월 5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모여 수사에 대비한 증거인멸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어린이날 회의에 참석한 것은 맞지만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부하 직원들이 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위세에 눌려 증거인멸을 한 것 같다", "이렇게 광범위한 증거인멸이 있었다는 사실에 나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영장 기각은 검찰 수사에 제동을 거는 악재로 여겨지지만, 이번 영장 기각 소식에 검찰은 담담한 반응이다.

법원은 김 대표와 함께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모·박모 삼성전자 부사장에 대해서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 등 계열사 전반에서 증거인멸 정황이 드러났지만, 이를 지시하고 주도한 것은 계열사 수장이 아닌 삼성전자 사업지원TF라는 의심을 법원도 일정 부분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사업지원TF는 삼성 측의 부인에도 삼성그룹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전실의 후신으로 통하는 조직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가지고 수사의 칼끝을 그룹 수뇌부를 향해 겨눌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박 부사장을 구속 직후인 25일 불러 증거인멸을 지시한 경위와 보고 체계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수장인 정현호 사장의 소환 시기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사장은 1990년대 미국 하버드대 유학 시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인연을 맺은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이 부회장의 소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삼성에피스가 작년 검찰 수사에 대비해 삭제한 '부회장 통화결과' 및 '바이오젠사 제안 관련 대응방안(부회장 보고)' 폴더 내 파일 2천100여개 중 상당수를 디지털포렌식으로 복원해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증거인멸과 관련한 지시 체계가 결국 본안인 분식회계와 맞닿아 있다고 판단하고 양쪽 갈래 수사를 병행하고 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부풀리는 회계처리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및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게 작용했는지 등을 살피고 있다.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