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번역본 연내 나올 듯…저자와 日극우단체 연관 논란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일제강점기 징용과 위안부 강제성을 부정하고 독도를 한국 영토라고 볼 학술적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파격적 주장을 담아 논란이 된 책 '반일 종족주의'를 비판하는 서평이 학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인권법 연구자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1일과 23일 페이스북에 두 차례 반일 종족주의 서평을 올려 저자들 견해를 논박했다.

박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가 성노예는 아니었다고 강조하는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 견해에 대해 위안부와 각지에서 허용된 공창제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근대사회 공창제는 성매매업을 허용하면서 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권리 보호와 국민 보건을 위해 국가가 관리·운영에 간섭하는 것"이라며 "어느 나라든 인신매매를 인정하면서까지 성매매업을 공식적으로 허용하지는 않는다"고 적었다.

이어 "일본군은 전장에서 군인들의 성욕 해소를 위해 위안소 운영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이를 국가권력을 이용해 시행했다"며 "그 운영 방법은 폭력적이었고 위안부 개인의 인권은 (대부분) 철저히 무시됐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이 교장이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징용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을 인정한 판결을 엉터리라고 공격한 데 대해서도 법률을 모르는 사람의 생각이라며 "책에서 저자는 식민지근대화론자의 학술적 주장보다는 감정에 치우친 독선적 표현을 너무 많이 사용했다"고 비판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도 지난 11일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공개한 '이영훈의 반일 종족주의를 읽을 젊은이들에게 주는 독서 조언'에서 "평화를 바라는 합리적인 양국 시민들의 소리는 묻히고, 이런 책들이 희생자의식 민족주의(victimhood nationalism)와 식민지근대화론이라는 두 극단적 관점의 충돌을 견인하며 커다란 소음을 유도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실증만능주의적 태도에 비추어 책에서 제시하는 이러저러한 통계자료는 선택적 편의가 너무 크고 (정치적) 주장과 (역사적) 서사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장치가 너무 약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지현 서강대 교수가 쓴 '기억전쟁'이나 일본 사상가 우치다 다쓰루(內田樹) 등이 집필한 '반지성주의를 말하다' 등을 함께 읽어 보라고 충고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13일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한 글에서 "저자들이 일본이 조선을 근대국가로 만들었으니 일본에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국제법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입장에서는 강탈이고 불법 지배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고, 일본은 이를 명백히 인정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저자들이 책에서 반일 종족주의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았다면서 "거짓말에 관대한 문화가 반일 종족주의 때문이라는 주장, 물질주의가 반일 종족주의의 원천이라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학술연구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도 일부 박사를 중심으로 반일 종족주의 내용을 분석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반일 종족주의 저자 중 한 명인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일본 극우단체 지원을 받아 유엔에서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연설을 했다는 보도가 26일 나와 논란이 일었다.

YTN은 위안부를 부정하기 위해 만든 비정부기구로 추정되는 국제경력지원협회(ICSA) 소속 일본 극우 인사인 후지키 슌이치가 이 위원의 유엔행 비용을 지불하고 발언을 기획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여비를 낸 곳은 지난달 2일 유엔에서 '군함도의 진실' 심포지엄을 개최한 일본 국제역사논전연구소라면서 "ICSA 회원 자격 연설과 군함도 심포지엄은 별개 행사"라고 밝혔다.

국제역사논전연구소는 도쿄재판과 연합국총사령부(GHQ)의 일본 정책을 부정하는 수정주의 역사관을 전면에 내세운 극우 역사단체로 알려졌다.

반일 종족주의와 관련된 논란이 지속하는 가운데 일본어판도 연내에 출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승만학당 관계자는 "일본어 원고는 어느 정도 준비돼 있는데, 조금 손볼 데가 있다"며 "일본 출판사 문예춘추와 계약할 예정이긴 하나, 아직 구체적 논의가 진행 중인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낙성대경제연구소가 설립 초기인 1980년대에 도요타재단으로부터 연구비를 받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 교장을 포함한 한국과 일본 연구자 15명이 함께 실증적으로 연구한 것으로, 개인에게 돈을 주지 않았으며 자금 관리도 재단이 했다"며 "연구 결과를 정리한 서적 출판도 한국과 일본이 각각 했다"고 말했다.

psh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