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사람이라면 누구나 강박과 불안이 있다. 대범해 보이는 사람들조차 그런 감정을 내면에 숨길 뿐이다. 만약 심약한 편이라면 강박과 불안의 정도가 심해져 이 단어들 뒤에 병을 뜻하는 '증(症)'자가 붙기도 한다.

입센 이후 최고의 노르웨이 작가로 불리는 욘 포세의 초기작 '보트 하우스'(Naustet·새움 펴냄)는 이런 인간의 기본적 감정인 불안과 강박을 다룬다. 1989년 발표한 작품으로 화자의 불안감을 드러내며 시작하는 도입부가 이후 노르웨이 작가들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초자연적 존재보다 무서운 게 사람이라는 말도 있듯, 포세가 말하려는 것은 다른 사람을 보며 느끼는 불안한 감정이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는 불안과 강박 때문에 폐쇄적이고 수동적인 인간관계를 이어가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글을 쓰는 것으로 이런 부정적 감정을 해소한다. "이 불안감은 견딜 수 없고, 그것이 내가 글을 쓰는 이유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 친한 친구가 고향에 휴가차 돌아오면서 다시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친구와 풀지 못한 문제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두 사람 사이를 멀어지게 했다.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 사건에 대해 두 사람은 이 경험을 서로 다르게 기억한다.

이렇게 다르다는 것은 항상 불안감을 드리운다. '다른 존재'는 기본적으로 인간을 초조하게 불안하게 만들어서다.

30대가 됐는데도 제대로 된 직업도 없이 어머니 집에 얹혀사는 '나'는 죽마고우 크누텐을 마주치자 불편하고 낯선 감정을 느낀다. 나와 다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유 모를 위기감마저 느낀다. 크누텐은 음악 교사이고 매력적인 아내와 딸 둘이 있다.

'나'는 친구 크누텐에게 저녁 낚시나 함께하자 제안하는데, 심지어 크누텐은 그 자리에 아내를 대신 보낸다. 아름답고 매력적인 친구의 아내와 함께하는 낚시는 '나'에게 더 강박적 불안감과 상실감을 준다. 다른 세계에서 온 친구는 이미 '나'에게는 오랜 지인이라는 편안함보다 고통을 안겨주는 것으로 묘사된다.

나와 친구, 친구 아내, 이들 세 사람 사이에서 묘한 일들이 미스터리한 분위기 속에서 잇달아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섬세하게 드러나는 화자의 복잡한 감정은 독자까지 숨 막히게 만든다.

어린 시절 추억은 아름다운 애잔함이 아니라 현재의 다름에서 오는 빛과 그림자를 더욱 대조되게 한다. 1997년 노르웨이에서 29분 분량의 중편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포세는 해마다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로 거론되는 노르웨이 대표 작가다. 극작가이자 소설가, 시인으로 특히 그가 쓴 희곡은 세계 곳곳에서 연극으로 무대에 올랐다. 연작 장편 '3부작'을 비롯한 그의 작품들은 50개 이상 언어로 번역돼 소개됐고 노르웨이는 물론 유럽 각국에서 문학상과 훈장을 받았다. 홍재웅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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