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염성 포도상구균 분비 물질, 짧은 시간에 폐 세포 괴사 유발

미 일리노이대 연구진,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폐섬유증(pulmonary fibrosis)은 폐에 상처가 생기면서 폐 조직이 딱딱해지는 병이다. 일단 진단을 받으면 3년 내지 5년 안에 목숨을 잃는 불치병이다.

환경적 요인, 감염, 약물 복용 등의 연관성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원인불명이다.

이렇게 원인을 알 수 없는 사례를 '특발성 폐섬유증(IPF)'이라고 하는데 미국에선 한해 약 5만명이 IPF로 사망한다. 이는 유방암 사망자 수보다 많은 것이다.

폐섬유증은 서서히 진행되다가 급격히 악화하는 특징이 있다. '급성 악화(acute exacerbation)' 단계로 진행된 환자는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과 폐 기능 상실로 사망에 이른다.

IPF 환자의 50% 이상은 급성 악화로 목숨을 잃는다. 이 단계를 무사히 넘긴 환자도 50%는 4개월 안에 사망한다.

천천히 진행되던 IPF가 왜 갑자기 악화하는지는 알지 못했는데 마침내 그 이유가 밝혀졌다.

폐에 침투한 호염성(salt-loving) 세균이 특정 화학물질을 분비해 폐 세포의 급속한 괴사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화학물질을 차단하면 IPF의 급성 악화를 막을 수 있다는 것도 동물 실험에서 확인했다.

미국 일리노이대 어버너-섐페인 캠퍼스의 아이작 칸 미생물학 교수팀은 관련 논문을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24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IPF 환자의 폐에 포도상구균, 연쇄상구균 등의 박테리아가 많이 증식한다는 건 이전의 연구에서 드러났다. 폐의 내벽에 다량의 염분이 침착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런데 빠른 속도로 폐 세포를 죽이는 건, 호염성 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nepalensis)이 분비하는 펩타이드였다.

연구팀이 코리신(corisin)으로 명명한 이 화학물질은 IPF의 호흡 곤란 등 증상을 급격히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드러났다.

코리신을 투여하거나, 코리신을 분비하는 포도상구균에 감염된 생쥐는 '급성 악화' 조짐이 훨씬 더 심하게 나타났다.

급성 악화를 경험한 IPF 환자의 폐 조직 샘플에서도 높은 수위의 코리신이 검출됐다.

연구팀은 또한 호염성 포도상구균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해, 이 박테리아가 폴리펩타이드(다중 아미노산 결합체)를 잘게 쪼개 코리신을 생성한다는 걸 확인했다.

칸 교수는 "트로이 목마가 그렇듯이, 큰 단백질을 아무리 관찰해도 그 안에 파괴적 요소가 숨겨져 있는 건 알 수 없다"라면서 "이 미생물(포도상구균)은 폴리펩타이드를 만든 다음 그것을 잘게 조각내 치명적인 물질이 되게 한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큰 단백질에서 코리신 조각을 만들어내는 효소를 확인하는 걸 다음 목표로 정했다.

아울러 코리신이나 비슷한 화학물질을 생성하는 세균이 더 있는지, 그리고 코리신 같은 박테리아 생성 물질이 신장과 간 등의 섬유증에 작용하는지도 연구할 계획이다.

칸 교수는 "환자 입장에서 이 발견은, 정체불명의 침입자와 싸우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여 줄 수 있다"라면서 "의사에겐 당연히 치료 약 발견과 치료법 개발의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cheon@yna.co.kr